[봉사수기 우수응모] 대한민국과 스위스의 국경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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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15일,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독일 전 ‘꿈은 이루어 진다’ 의 추억이 남아있는 서울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에서는, 한국 대 스위스의 축구 국가대표 경기가 있었습니다. 처음 대학생이 되자마자 친구들과 배낭을 메고 스위스를 여행을 하였고, 작년 독일에서 교환학생을 할 때 스위스 여행을 두 번 갔던 경험이 있는데, 이번 국가대표 경기에 대한축구협회의 스텝으로 스위스와 대한민국을 위해 봉사를 할 기회가 생겨, 경기 전날 잠도 제대로 못 잘 만큼 기대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경기장에 가서 제가 부여 받은 임무는, 경기 세팅 준비와 독일어와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스위스 기자들의 통역 이였습니다. 비록 제가 독일어와 영어를 제 2의 모국어로 쓸 만큼 완벽하지 않기에, 조금 망설이기도 했지만, 이 또한 나의 학창시절에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 여기고, 용기를 내어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스위스 방송사, 스포츠사의 기자석을 세팅하며 찍은 사진.-
독일에서 교환학생을 할 때, 독일 친구들과 한국 친구들의 만남의 자리에서 한국의 음식, 전통, 휴일, 취미, 역사 등 여러 방면에서 자유롭게 영어와 독일어로 우리나라에 대해 전파 한 적은 있었지만, 이런 공식 적인 업무는 처음이라 긴장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경기 시작 4시간 전, 로이터 통신을 비롯한 해외 유명 방송사에서 나온 기자들의 자리를 세팅 한 후, 경기장의 선수 대기실 옆에서 제가 하게 된 일은 스위스 국가대표 선수들의 독일어 이름을 보고, 한국어로 된 독음이 맞는지 확인 하는 작업 이였습니다.
-스위스 국가대표 독일어 명단과 한국어 독음 대조 작업-
독일어 번역 시 한국 사람들이 제일 많이 하는 실수가 움라우트(Umlaut, Ö Ä Ü 같이 알파벳 위에 특수 기호가 붙는 것)를 누락시키는 점입니다. 독일어권 국가에서는 이와 같은 실수는 통역 혹은 번역시 어려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독일의 뮌헨 MÜNCHEN에서 움라우트를 누락시킨다면, 문헨 이라고 발음하게 되고 공식 석상에서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요즘 영국축구 아스날 팀에서 뛰고 있는 외질의 경우도 철자가 Özil 인데, 움라우트를 누락시키게 되면 오질 이라고 읽히게 됩니다. 오늘 제가 골라낸 실수는, 한 스위스 축구 선수의 소속팀인 독일 분데스리가 프로축구 ‘묀’헨글라드바흐
(Mönchengladbach)를 한글어 독음으로 ‘뮌’헨글라드바흐 라고 표기해 놓은 것은 잡아 낸 점입니다. 외국 사람이 서울을 사울 이라고 표기한 것과 같은 실수를 잡아낸 것입니다. 비록 이 작업은 장황한 독일어 글을 한국어로 옮기는 종류의 번역은 아니지만, 제가 한국어 독음으로 새로 옮긴 독일어 이름과 지명이 티비를 통해 정식으로 나가고, 백만 이상의 국가대표 경기를 지켜보는 국민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한다는 것이 저에게 정말 큰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저녁이 되고 경기시작 한 시간 전부터 스위스의 기자들이 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부여받은 임무는 스위스 기자들의 ID카드 혹은 여권을 받은 뒤, 경기장 출입증을 교부하고, 경기 시작 뒤 스위스 기자석에서 혹시 모를 통역에 대비하기 위하여 대기하는 것 이였습니다. 스위스의 모국어는 독일어, 프랑스어, 이태리어, 로망슈어 이지만, 독일어를 쓰는 인구가 제일 많으며, 제 2외국어인 영어도 유럽 내에서 가장 잘하는 나라 중 하나 입니다. 경기장 출입증을 교부 할 시, 제가 선택한 언어는 독일어였습니다. 물론 주변에 영어 통역도 많고, 저 또한 영어로 통역을 할 수 있었지만, 독일어를 모국어로 쓰는 그들에게, 간단한 회화이지만 마음으로 와 닿을 수 있는 모국어를 쓰는 것이 옳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 한국인이 지구 반대편의 비영어권 국가로 업무를 보러 갔는데, 그곳의 현지 통역사가 그 나라의 말을 영어로 옮기는 것이 아닌, 우리 한국어로 옮겨준다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요? 우리나라 사람이 외국을 갔는데, 그곳의 현지인이 한국요리를 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나와 상대방 모두의 제2외국어가 아닌 한 쪽의 모국어로 대화한다는 것은, 상대방과 더 마음과 마음의 커뮤니케이션에 더 가까이 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위스 기자들이 저에게 말을 걸었을 때, 독일어로 대답하니 모두 다 활짝 웃으며 Sprechen Sie Deutsch!! (당신, 독일어 할 줄 아십니까!!) 라고 하며 기뻐하고, 저한테만 와서 단순 업무가 아닌, 한국축구와, 서울시의 교통 등에 대해 이야기 하게 되었습니다.
-스위스 기자석에서 본 애국가 연주 장면-
경기가 끝나고 난 뒤, 스위스 기자들은 다른 통역들보다는, 그들의 모국어로 통역을 해준 저에게 찾아와 악수를 하고 다음에 또 한국과 스위스가 국가대표 친선경기를 할 때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였습니다. 이번 통번역으로 느낀 것은, 통번역을 할 때 단순히 언어의 전달이 아닌, 마음의 전달까지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냥 만들어진 음식보다 정성과 손맛이 들어간 음식이 더 맛있듯이, 통번역 또한 진심이 들어가야 상대방도 그 마음을 알아준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앞으로는 절대 통번역을 두려워하지 않겠습니다. 이런 잊지 못할 기회가 또 오기를 실력을 갈고 닦으며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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